김택상의 회화는 색을 다루는 작업이 아니라 빛을 인식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회화를 제작했지만, 옐로스톤 화산 분화구의 물빛을 목도한 이후 그의 관심은 대상의 의미에서 자연 현상의 작동 방식으로 이동하였다. 물, 공기, 중력, 시간 같은 비의도적 요소들을 회화 제작에 도입하여, 그의 작업은 표현에서 조건으로, 재현에서 생성으로 전환된다.
그는 특정 색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빛과 표면이 맺는 관계 속에서 색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든다. 우리가 사물을 일정한 색으로 인식하는 것은 개념적 인지이지만, 그의 회화는 그러한 개념 이전의 상태, 빛의 미세한 반사와 변화를 드러내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색을 고정된 속성이 아닌 관계적 사건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단색화의 계보 속에서 논의되지만 동일한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단색화가 재료의 물성과 수행성을 통해 정신성을 드러냈다면, 김택상은 자연의 작용 자체가 화면을 형성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인간의 의도를 최소화한다. 그는 회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위계를 재조정하며, 회화를 하나의 수행이 아닌 환경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
그가 자신의 회화를 ‘담화(淡畵)’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淡)은 옅음이나 절제를 의미하는 동시에 불순물이 제거된 상태를 가리킨다. 그의 회화는 감정이나 서사를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 드러나기 위한 조건을 정화하는 과정이며,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재현의 회화가 아닌 생성의 회화로서 독자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 주요 개인전
1994년 토탈미술관을 시작으로 카이스갤러리(2001, 2004, 서울), 타구치 파인 아트(2006, 2008, 2010, 2014, 2023, 도쿄), 아소 갤러리(2010-2024, 대구), 리안갤러리(2019-2024, 서울·대구), 리만머핀(2022, 팜비치), 조현화랑(2026, 부산 예정)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이어오고 있다.
- 주요 기획전
국립현대미술관(2001, 2012), 서울시립미술관(2004), 대구미술관(2023), 가와무라기념미술관(2009, 지바), 칭화대학교 미술대학 시각예술센터(2018, 베이징), 센터 파스콰트(2006, 스위스), 리만 머핀(2023, 서울), 에스더 쉬퍼(2023, 서울·베를린)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다.
- 주요 작품 소장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리움미술관, 토탈미술관, 수원아이파크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요코가와전기, 워커힐호텔, 포시즌스호텔 등 국내외 기관과 기업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